사람의 마음을 바꾸려는 마케팅은 이미 끝났다
왜 열심히 해도 매출이 안 나올까
블로그 키워드 잡고, 상위 노출 신경 쓰고, 광고 세팅에 시간을 쏟는다. 그런데 숫자는 잘 안 움직인다. 처음엔 내가 뭔가 잘못한 거라고 생각한다. 더 배우면 된다고, 더 최적화하면 된다고.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게 아니라는 걸 느낀다.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 자체가 틀렸다는 걸.
직접 사업을 운영해보면서 느낀 건 유튜브에서 떠드는 마케팅 전략들이 실제로는 생각보다 효과가 크지 않다는 거다. 그게 틀린 정보여서가 아니라, 그 전략들이 전제하는 시장 환경이 이미 달라졌기 때문이다. 세스 고딘(Seth Godin)은 이 변화를 누구보다 일찍 포착한 사람이다. 그가 말하는 마케팅의 본질은,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 상당히 다르다.
마케팅은 광고가 아니다
마케팅(Marketing)을 광고나 홍보와 같은 개념으로 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단어 자체를 보면 다르다. 마켓(Market)에 내 상품을 안착시키는 것, 그게 마케팅의 본래 의미다. 광고는 그 수단 중 하나였을 뿐이다. 문제는 오랫동안 광고가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었기 때문에 둘이 동의어처럼 쓰이게 됐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 수단이 바뀌고 있다.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에 사람들은 광고에 주목하지 않는다. 검색 결과 상단에 뜬다고 살 이유가 생기지 않는다. 이미 같은 용도의 제품이 수십 개 있기 때문에, 단순히 눈에 띄는 것만으로는 선택받기 어렵다. 이제 시장에 상품을 안착시키는 주된 수단은 브랜드 관리가 되었다.
브랜드는 로고가 아니라 연상이다
브랜드 하면 로고나 색깔, 디자인을 먼저 떠올린다. 그것도 브랜드의 일부지만 본질은 아니다. 브랜드의 진짜 정의는 연상(Association)이다. 소비자가 특정 이름이나 로고를 봤을 때 무엇을 떠올리느냐, 그게 브랜드다.
애플(Apple) 로고는 그냥 사과 모양이다. 그런데 그것을 보는 순간 우리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입양아로 자라 창고에서 회사를 세우고, 쫓겨났다가 복귀해 세상을 바꾼 사람. 그 웅장한 서사가 로고 하나에 압축되어 있다. 이것이 브랜드다. 로고 디자인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 뒤에 누적된 이야기와 맥락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애플 제품에 프리미엄을 지불한다.
세스 고딘의 브랜드 마케팅 5단계
세스 고딘이 제시하는 브랜드 구축은 5단계로 정리된다. 첫째, 특정 세계관을 가진 소비자를 타게팅한다. 사람의 생각을 바꾸려는 마케팅은 실패한다. 인간은 타인의 말로 생각을 바꾸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특정 신념을 가진 사람을 찾아서, 그 신념을 강화시켜 줄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 둘째,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발명할 필요는 없다. 기존 소비 습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조금 눈에 띄는 것으로 충분하다.
셋째, 브랜드 경험을 설계한다. 소비자는 제품 하나에만 돈을 내는 게 아니다. 구매하는 과정, 포장을 뜯는 순간의 기분, 주변에 자랑했을 때 느끼는 만족감까지 전부 경험으로 구매한다. 넷째, 브랜드 정체성의 일관성을 유지한다. 할리 데이비슨(Harley-Davidson)은 철저히 마초적인 남성을 타깃으로 한다. 그 외 고객층은 포기한다. 좁은 고객층이 비효율처럼 보이지만, 충성도 높은 소수를 확보하는 것이 고객 관리 비용을 낮추고 객단가를 높이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다섯째, 지속적으로 신념을 강화한다. 고객이 브랜드를 선택하는 건 단순히 제품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 브랜드를 이용함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그 신념을 꾸준히 자극해줘야 이탈하지 않는다.
브랜드가 없으면 가격 경쟁만 남는다
결국 브랜드 없이 마케팅만 잘하는 건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지금 당장 매출이 나더라도 언제든 더 싸거나 더 잘 최적화된 경쟁자에게 고객을 빼앗긴다. 브랜드가 있어야 가격이 아닌 의미로 경쟁할 수 있다.
사업을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이게 이론처럼 느껴졌다. 해보고 나서야 실감했다. 사람들은 좋은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자기가 믿고 싶은 이야기를 산다. 그 이야기를 만드는 것, 그게 브랜드 마케팅의 본질이다.